게임 리뷰이니만큼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줄임글 씀 ↓
me too 운동에서 이어져서 한 성우가 'girl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 한 벌 입은 걸 트위터에 인증했다고 잘린 이후로 '도덕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이하 PC) 논쟁은 도무지 사그라들 기세가 보이지 않고.. 나는 정말로 질린다...
어떤 점에서 질리냐면, 결국 PC한 글이 취향이며, 이러한 서사가 더 많아져야 하며, 비(非)폭력을 지향하는 사람이나, 나XX키 같은 곳에 '지나친 성소수자 요소'가 있다며 '비판과 논란' 항목에 적어놓는 사람의 근본은 똑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종의 '000은 생각하지 마!' 같은 건데, 두 부류 모두 '이 서사는 PC할 것이다' 라는 가정에서 작품을 본다. 그런 가정으로 작품을 감상하면, 애석하게도 반드시 어떤 한계점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당연하다! 그것이 작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면 아무 생각 없던 사람도 자신의 도덕/윤리 기준을 들이대면서 작품을 보니까!
PC한게 취향인 쪽에서는 '00가 트리거 워닝' 같은 말을 하고 (나는 '천개의 파랑'만큼 트리거 당기는 글도 없다고 보는데) PC가 작품의 흠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그래! 00때문에 시리즈가 망가졌다고!' 같은 말을 한다. (나는 이들이 '망한 스토리'에 대한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해 비교적 명확하게 범주화된 정치적 올바름 요소를 들이댄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는, 이 요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 창작자가 창작물에 그리는 사회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정치적 시각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작가의 정치색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좋아한다.
2) PC는 경험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시스젠더-헤테로인 나는 다른 삶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정치적 올바름을 고려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그간 사회의 주류가 아니었던 집단들의 이야기를 읽고, 플레이하고, 상상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3) '사회의 비주류'에 대하여 '주류' 되는 이들이 아무 통찰 없이 PC한 창작을 하겠다고 글을 썼다가는 2021 젊은작가상 같은 인성파탄난 작품들이 우르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떫게 여긴다.
4) 엄밀히 말해, 정치적 올바름과 재미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을 포기해야하는 게 아니다. 모두들 마음에 새기자, 'PC해서' 재미없는 게 아니라, '못 써서' 재미 없는 것이다.
5) 여캐가 노출이 적은 옷을 입었다거나 고압적인 말투를 사용한다거나, 먼 옛날 일러레가 좋아요 하나 눌러두었다며 게임에서 자르라며, 그것이 '정의구현'인양 구는 것은 악행에 불과하다. 나는 당신들의 나약한 멘탈리티에 X키를 눌러 조의를 표함
소돔의 120일이 공식적으로 팔리며 리디광공과 폭유일러스트가 공존하는 우리 세상에서 매 작품마다 도덕적 당위성을 따지는 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일이고, 그것이 정말 선에 기여하는 지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그리고, 애초에 자동차 타고 사이코들이나 야생동물 밟고 다니는 업적 있는 게임에서 무슨 도덕적 당위여, 진정으로 윤리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이고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설명만 들어도 기겁하고 나를 벌레보듯 볼 것이다.
! 이 밑으로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
나는 보더랜드2를.. 게이밍노트북으로 재밌게 했던 것 같다. 지금 검색해보니까 나는 액스턴이라는 캐릭터를 했고, 그래도 성실히 임무 수행하다보니 생츄어리가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까지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인지 핸섬 잭이라는 이름은 기억이 나고 말이다. 몇 년 전 기억이라 세이렌이 뭐고 전작 주인공들은 거의 모르는 상태로 냅다 보더랜드3을 질러서 플레이 해버렸던 것이다. 나는 게임은 스트레스 받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족권! 쉬움!!! 으로 했다.
스토리를 모두 진행하고.. 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 게임, 뉴비한테 엄청나게 불친절하다. 조작은 쉽게 익혔는데, 스토리가 너무너무 불친절하다 ㅠㅠ 나는 보더랜드 시리즈를 거의 모르는 채로 보더랜드3을 잡았는데, 아무 설명도 없이 호다닥 진행된다.
그냥 NPC들이 시키는거 하다보면 '볼트의 아이들' 집단에 시달리면서 초반에 우주선을 붕 띄우는데, 나는 '볼트 헌터'고 주로 '크림슨 레이더' 집단을 돕는다. '볼트의 아이들'은 타이린 칼립소/트로이 칼립소 쌍둥이를 따르는 집단이며 지긋지긋하게 스토리 내내 나를 괴롭힌다.
볼트를 열려면 열쇠와 지도가 필요하고, 볼트 안에는 강한 힘이 봉인되어 있다. 칼립소 쌍둥이들은 그 힘으로 우주를 지배하려는 꿈을 꾼다. 그러니까 쟤네가 뭐 사고 치기 전에 일단 우리가 볼트를 먼저 털어버리든지 못 가게 막아버리든지 하자! 가 대충 초반부 이야기인데, 우주로 뜬 생츄어리호에서 나는,
그래서... 볼트가 무엇인가요??
같은.. 눈새 질문을 던지고 싶었는데 이 세계에서는 나만 그것을 모른다 (ㅋㅋ) 물론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긴 하지만.. 뉴비나 너무 오래전에 보더랜드 시리즈를 플레이했던 사람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사실 볼트는 '이리디안'이라는 엄청나게 똑똑한 지성체가 '디스트로이어'를 제어하기 위해 세운 구조물이다. 각 행성에 있는 볼트 열쇠를 얻고, 그것을 충전해 볼트의 문을 열면 볼트의 가디언이 뚜벅뚜벅 기어나온다. 칼립소 쌍둥이들의 목적은 그 가디언들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고, 우리는 '매우 열심히 총알을 쏟아부어 겨우 이겼지만 저놈들이 털어갔습니다' 같은 표정을 지으며 스토리를 보면 된다...
칼립소 쌍둥이들은 가디언이 사라진 볼트 안에 있는 것에는 '전혀' 관심 보이지 않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볼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로!
딱히 템도 좋은 거 안 떨어지는데 우리의 볼트 헌터는 꾸준히 볼트를 열고, 칼립소 쌍둥이들은 가디언은 내꺼, 안에 있는 건 니꺼. 먹튀한다. 그런 와중에 전편에서 나왔던 세이렌이 자기 제자를 살리고 죽어버리는 참사까지 발생.. 우리 대장은 우주선 뜨기 전에 이미 능력 먹혔음 ㅜㅜ 개노답적 상황
그런데 얘네들이 너무 철저히 움직이는 건지, 우리가 호구인건지, (나는 후자라고 보는데) 스토리 내내 진짜 속 시원한 한방을 먹이지 못한다. 아마도 나는 그 부분에서 사람들이 점수를 짜게 주지 않았나 싶었다.
그나마 에덴-6 볼트에서는 가디언의 힘을 태니스가 쓰지 못하게 막았는데, 이제 어떻게 되냐면 얘네들이 앞서 훔친 우리 대장의 순간이동 능력으로 그 캐릭터를 납치해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는 중) 다시 돌아온 판도라에서는 '카니보라'라는 학살 스트리밍이 펼쳐지고 있는데, 정신 나간 퀴즈쇼와 감이 안 잡히는 추격전을 펼쳐야 한다...
사실 이 친구들은 볼트 내부에 있는 것에는 관심 없었음, 왜냐하면 얘네들은 '디스트로이어'를 흡수하기 위해 각 볼트를 지키던 가디언들이 필요했고, 그것들의 힘으로 '판도라 볼트'의 열쇠인 '달'을 충전하고 가까이 끌어와 디스트로이어를 불러내는 것이 계획이었음.
그것을 얘네들이 어떻게 알았는가?
사상 첫 볼트 헌터 타이폰 드 리온의 자식들이었다. 타이폰 드 리온은 레나라는 여성과 네크로타페요에서 조용히 아이를 기르는데, 하필 세이렌으로 태어났다. 나는 물론 보더랜드2도 하다 말았으므로 세이렌이 이 세계관에서 얼마나 중요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모든 우주가 그들을 바라고, 너무 어린 나이에 나서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립된 행성에서 아이들을 길렀다.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타이폰 일지'를 듣게 되는데, 온 행성에 그게 있다. 입담도 좋으니 책도 무엇도 없는 문명이 죽은 행성에서 할 수 있는 건 자기 모험담과 볼트 이야기 밖에 없었던 거다. 타이린이나 트로이(얘는 타이린 깔개라 자아가 허락되지 않음)는 우주를 다스리는 힘을 얻을 거라는 말은 사실 어느정도는 진심이고, 어느정도는 거짓이라고 본다.
타이린은 여신으로 군림하며, 볼트의 아이들을 '가족'이라고 호칭한다. 물론 타이린에게 '가족'은 에너지 자원 밖에 되지 않지만, 판도라라는 행성은 애초에 뭐 재밌는게 전혀 없는 곳이라 갑자기 나타난 준비된 스트리머에게 환호한다. 자극적인 학살극을 스트리밍 중계한다거나, 크림슨 라디오를 틀어놓는다거나, '카니보라'라는 거대한 축제를 기획한다거나. 관종이라면 관종이고, 계산적이라면 계산적이다. 하지만 관종서사가 그렇듯, 관종들은 외로움을 품고 있는 법이다.
타이린에게 약간의 동정을 품은 것과는 별개로 정말로 최후의 최후까지 우리는 뭐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 주인공 일행이 볼트에서 얻은 조각들은 사실 어떤 미친놈들이 디스트로이어를 부활시키려고 할 때 (=판도라 볼트가 열릴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였다.
구조는 잘 모르겠고 진짜 우다다 달리고 두다다 총쏘면서 이 망할 이야기의 끝을 보겠다!!!! 하고 가는데 타이린이 번쩍 나타나서 드디어 완성된 비상장치 뿌셔버리고 사라짐 ..
타이린이 흡수하고자 했고, 과거 이리디안들이 영원히 봉인해두려한 '디스트로이어'는 모든 것을 먹고도 영원한 허기를 느끼는 존재다. 어떻게 보면 타이린의 비유일수도 있겠다. 그래서 타이린은 디스트로이어를 흡수하지 않고, 디스트로이어는 타이린을 먹지 않는다. 괴기하게 합체되서 최종전을 시작한다. 그 모든 관심은 꺼지고, 형제도 잃은 타이린은 쓸쓸히 죽는다. 화려한 관종의 고요한 죽음, 타이린에게는 쓸쓸한 엔딩을, 주인공에는 단 한번도 선빵을 못친 씁쓸한 엔딩을 선사한다..
스토리는 걍 진짜 고구마 계속 먹여놓고 질리지 :)? 하면서 찐감자 내오는 수준인데 의외로 게임 자체는 할만하다. 난이도 같은 건 보더랜드를 처음 해본 사람도 금방금방 따라나갈 수 있을 것 같았음. 나는 FPS나 AOS쪽은 정말 못하는데, 이게 또 멀티플레이가 되면 잘 하지도 못하면서 승부욕만 있어서 다 망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보더랜드3은 가장 쉬운 난이도로 혼자서 하니까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을 정도고 죽어도 죽을만 했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아이템 줍는 맛이 있다.
좀 어려운게 있다면 파쿠르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크림슨라디오 퀘스트다. '어쨌거나 깨라고 만들어진' 난이도기 때문에 한번 바람을 잘타면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는 반면, 어떤 곳은 유투브 영상을 봐도 이해를 못한다. 특히 '앤빌' 지역 파쿠르 난이도는 사람 성질 버리기 너무 좋다. 여기서 부활비로 300만 달러 쓴 썰 푼다.....돈은 어차피 벌면 되니까 별 문제가 아닌데 자꾸 죽어서 가뜩이나 열뻗친 상태인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적들이 갑자기 나타남 ㅋㅋㅋ다시 다 잡고 올라가다 부활하고 ****** 얼마나 빡쳤냐면 당근마켓에 올려서 앤빌지역 크림슨라디오 해결하실 분 구함 10분내 성공시 3만원 이러고 싶었다..
운전도 되게 좋았다. 후반부 가면 좀 독특해보이는 차 있으면 일단 하이재킹하고 달려~!~ ! ~ ! ~ ! 차들도 모으는 요소가 있어서 재밌다.
그저.. 그저.. 스토리가 너무.. 목이 맥혀서.. 질식.. 기절...
이야기만 두고 보자면 진짜, 너무 답답한 전개다.
타이린이 자신의 악행으로 자멸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어떻게 보면 끝까지 지 컨셉과 악행을 끝까지 몰고나가 야망을 이루었는데 갑자기 볼트 헌터가 등에 올라타더니 총을 난사해서 제압해버린 이야기..? 말하자면 우리 편의 적대관계인 애들은 서사도 동기도 있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없음. 내가 시리즈를 모르더라도 우리 편도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못 받음. 일 열심히 해놓으면 타이린이 땡큐~! 하면서 받아감.
아. . 아. . .!
나는 사실 볼트의 아이돌 소속 간첩이었던 것인가 ? / ? ,. ????
아...!?!
한줄 요약
아무리 그래도 웨인라이트하고 해머락 경의 사랑에 '지나친 성소수자 요소' 라고 쓴 놈은 진짜 너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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