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종일 안 변하는 것 같은데 반나절 정도 자동사냥을 돌려놓은 게임을 보면 허접하게나마 성과가 있고, 그런 것을 보며 인생이란 끝없이 경험치를 쌓는 수행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그런 단순함 속에서 일상을 살아갈 위안을 얻은 적이 있다.
나는 트릭스터M을 했었다. 그래.. 나는 트릭스터에 향수가 있는 세대.. NC게임은 워낙 악명이 높고 트릭스터M은 오픈과 동시에 망겜 되어서 사람 쫙 빠졌었다. 올 10월에 잠깐 했는데 정말로 혼자 게임하는 기분이었다 (;) 트릭스터도 진짜 무한 방치가 가능한 게임은 아니고, 계속 물약보충하러 마을로 가야하고, 퀘스트 깨야하고 쫌쫌따리 신경쓰는게 계속 집중을 깼다. 그리고 웁스 부두 쯤 오니까 "이래도 과금 안함 ㅇㅇ????" 이런 느낌이라.. 자꾸 벽에 부딪히고 놔두면 PK 당하고.
결국 트릭스터M을 삭제하고 집중할 일이 생기면 음악을 반복재생하거나 라디오 같은 youtube 채널을 틀어놓는 식으로 넷-트의 사념체가 떠돌아다닐 무렵, Chill Corner를 다운 받게 되었다. 일단은 방치형 게임이긴 한데, 사실 캐릭터 덕질과 로파이음악 재생프로그램이다. 정해둔 시간이 지나면 알림이 울리고, 새로운 활동을 등록하는 식으로 켜놓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Chill Corner는 기본으로 주어지는 방 3개 외에도 플레이어가 우측 상단의 C(코인)을 이용해서 가구를 구입해 배치할 수 있다. 심즈 같은 게임을 좋아했다면 조금 부실하게 느껴지는 가구 목록으로도 멋지게 꾸밀 수 있을 것이다.. C는 접속하고 있으면 알아서 적립된다.
나는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Lo-Fi음악이나 DLC로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곡보다는 빗소리 듣는 게 더 평온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날씨를 '맑은 날' (게임화면내에서는 태양모양 버튼)로 설정해두면 빛이 너무 강하고, 커튼은 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비오는 날이나 눈오는 날로 설정해두는 편이다. 가사가 없고 단조로운 음악을 선호하는 편이라면 무료로 구입했을 때 딸려오는 음악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DLC는 캐릭터/데코레이션, 음악, 라이브월페이퍼 정도로 나뉠 수 있다. 캐릭터/펫/가구팩인 extras는 산다고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것은 없는 것 같고(애초에 이 게임은 캐릭터를 외부에서 가지고 올 수 있다) 음악팩은 집중하기 좋은 음악들이 많다. 라이브월페이퍼 확장팩도 다운 받았는데, 라이브월페이퍼 하는 방법도 모르고, 한글이나 겨우 돌리는 노트북에 과부하를 주고 싶진 않아서 쓰지는 않을 것 같다.
방꾸미기는 부가적인 느낌이라 가구 추가 DLC 사도 많이 부족하다. 퀄리티를 논하려는게 아니라 방에 굳이 데탑을 놔주었는데 캐릭터들은 죽어라 소파에 누워서 노트북 가지고 논다 ㅠㅠ... 너희가 비록 3D 캐릭터일지라도 허리는 소중하다 ㅠㅠㅠ
처음에는 VRM이 뭔지 몰랐는데, 검색해보니 VRoid Studio 라는 프로그램으로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다. 3D 프로그램을 잘 다룰 줄 알거나 강좌를 보고 배운다면 어느정도 선에서는 적당히 제작가능한 것 같다. 나는 기본툴만 써서 색만 바꾼 정도지만 3D 기술에 능숙한 분들이라면 상상 속 캐릭터를 화려하게 재현할 수도 있을지도..
한줄 요약
그래픽의 한계를 무시할 수 있다면 음악 플레이어로 쓰기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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