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의 현장/책 썸네일형 리스트형 실패한 블랙코미디, 『소행성 충돌, 이번에는 다르네』 '곽재식'하면 작품보다는 '곽재식 속도'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니까... 글 빨리 쓰는 사람인 것은 유명한데 정작 무슨 글을 쓰는지는 잘 모른다는 거다. 요즘은 다양한 경로로 뵐 수 있는 가장 유명한 SF 작가이지만.. 익명의소비자에게 이분은 '무엇을 썼다'는 사실보다 '글쓰는 속도가 빠른 작가'로 인지 된다. ※ 곽재식 속도란? (참조: 리디 곽재식 작가전) 6개월에 단편 4개를 쓰는 곽재식 작가의 집필속도를 이르는 말. 곽재식 작가 본인은 2 곽재식 속도로 쓴다고 한다. SF 작가들이 항상 곽재식 작가의 작품을 주의 깊게 보기도 하고, 사실상 대부 같은 느낌. 말하자면 어째서인지 한국 SF 씬을 이해하려면 봐야하는 작가로 여겨진다. 그래서 익명의소비자도 한--참 전에 곽재식 작가전에서 대여한 '소행성.. 더보기 오토픽션(autofiction)이 아닙니다. 판타지 드림물입니다, 『가녀장의 시대』 가녀장의 시대의 작가는 이슬아 작가님이고,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 이슬아입니다. 소설에서 작가 이슬아가 직접 쓴 책이라고 인용된 글은 이슬아 작가님이 '실제로 쓴 책'입니다. 그리고 이슬아 작가님이 출판사를 운영하듯, 작가 이슬아도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지요. 이 작품에서 이슬아 작가님과 '작가 이슬아'를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그 연장선에서 소설 등장인물인 이슬아를 '작가 이슬아'라고 호칭하겠습니다. 비록 불호리뷰이지만 평소보다 정중하게 존대를 쓰며 적기로 했습니다. 리뷰를 쓰기에 앞서, 제목에 쓴 용어를 정의하고자 합니다. 1) 오토픽션(autofiction) 일반적으로는 작가의 삶을 기반으로 쓰인 소설을 말합니다. 아무래도 작가라는 존재도 사회적 삶을 사는 존재다보니, 오토픽션 속에는 본의 .. 더보기 성찰 없는 운동의 결말, 『지구에서 한아뿐』 기차를 오래 탈 일이 있어 미뤄왔던 책을 읽었다. 정세랑 작가는 옥상에서 만나요,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작품으로 이름만 아는 작가였다. 둘 다 읽지도, 영상으로 보지도 않았지만 요즘 인기가 많길래 주변에서 한 권을 추천 받아 읽었다.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이 리뷰를 바친다. 나는 나쁜 버릇이 하나 있는데, 어떤 전형성을 띈 인물을 내세우면 '비꼬는건가?' 생각하면서 글을 읽기 시작하는 버릇이다. 도입부에 이미 특정 집단의 전형성을 늘어놓기에 나는 이 책의 중후반부까지 풍자하는 글인 줄 알았다.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쓴 글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이다. 하여간, 주인공은 서교동-홍대/합정 부근-에서 친구와 리사이클링 샵을 운영하는 여성이다. 환경에 대한 고민, 타종족과 살아가는 법, 폭.. 더보기 일탈을 꿈꾸는 '정상인'의 여리면서 비대한 자아,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자들이 모두 여자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문단내_성폭력 해쉬태그로 수많은 작가들의 범죄행각이 드러난 이후로 남성 작가들에게 굉장히 실망했었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김훈 작가가 '언니의 폐경'을 통해 '뜨거워, 몸 속에서 밀려나와' 라는 다시 없을 명대사를 남기는 것으로, 그들이 남성으로서 어떤 특권 속에 살았고, 아마 그 특권을 인식하거나 내려놓지 못하면 이전처럼 문학계의 메인스트림에 속할 수는 없을거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니 12회 젊은작가상을 모두 여성 작가들이 타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남성 작가들은 도대체 무엇을 썼길래 상을 못 탄 것인가?!" 제안하건데, 젊은 작가상을 여3:남3 정도.. 더보기 표백된 세계와 명징한 의도, 『천 개의 파랑』 정말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읽었으니 이야기를 쓰겠다. 나는 어떤 장르든 작가가 현실을 관찰하지 않으면 좋은 이야기는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 때는 어쩔 수 없이 작가가 인지하는 현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책을 읽으면서 고통을 느꼈다. 세계가 참 작위적이다. 작가는 경마 이후에 버려지고 죽임당하는 경주마들을 통해 인간이 이 세계에 가하는 고통과 사디즘적 측면을 보이려고 한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작가가 훨씬 가학적이다. 오로지 그 고통을 돋보이기 위해 너무나도 이상하고 말도 안되는 현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고통만을 위해 실재하는 고통을 대상화하고. 휴머노이드 기수의 칩이 박혀야할 로봇에 학습 칩이 들어가버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