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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의 현장/일상용품

시크리드(SECRID) 미니월렛 매트 로즈 후기

내돈내산

 

나는 지갑류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요즘에는 거의 카드만 들고다녀도 무난하게 생활할 수 있기도 하니까. 카드만 들고다녀도 무난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말의 그늘에는 카드만 모아두는 지갑이 따로 필요하다는 의미기는 하지만... 나도 멋진 지갑이 있는데, 카드 몇 장만 넣고 다니기에는 크기도 크고 무거워서, 몇 년 전에 카드 지갑을 따로 장만한 이후로는 그 지갑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채... 카드지갑만 애용해왔다.

 

사진 이쁘게 찍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2018년 즈음에 얻게 된 이 카드지갑에는 긴 이야기가 있다. 당시 탠디의 소속된 제화공들이 파업을 했는데, 투쟁 자금 마련을 위해 이렇게 생긴 카드 지갑을 만들어 팔았다. 가죽 재질도, 색깔도 랜덤인데 지갑 뒷면에 민주노총 도장(?)을 찍어준다기에 냅다 사버렸지만, 내가 받은 카드지갑은 재질 특성상 도장이 안 찍혀서.. 그냥 가죽 카드지갑이 되었다. 찐한 자주색도 내가 선호하는 색은 아니었지만 쇼핑을 한 게 아니라 후원을 한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여태까지 써왔다.

 

지갑을 오래 쓰게 된 까닭은 일단 튼튼하기도 했고 (위쪽에 찢어진 게 여태 쓰면서 유일하게 손상된 부분이다) 나처럼 정리 안하고 생기는대로 쑤셔넣는 녀석에게 카드라면 무엇이든 들어가는 민노총 지갑은 궁합이 아주 좋은 지갑이었다. 무엇보다 손이 작은 나한테 딱 맞는 사이즈, 주머니에 쏙 들어가다보니 색과 재질의 불호를 참고 몇 년동안 쓸 수 있었다. 그래도 슬슬 찢어질 것 같기도 하고, 쓸만큼 써서 몇 주 동안 민노총 카드 지갑의 의지를 이어줄 지갑을 찾아다녔다.

 

시크리드 미니월렛 매트 로즈를 구매했다 (그리고 너무 늦게 빈티지 핑크를 보았다)

아주 베이직한 카드 지갑을 오래 썼으니, 이번에는 다른 모양 카드 지갑을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 열심히 서치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 

 

1) 사람들은 명품 입문템으로 '카드 지갑'부터 시작한다.

2) 그래서 카드지갑 시장은 모래시계 모양이다.

 

1-5만원 선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지 못하면... 갑자기 50만원짜리 지갑을 찾아야 한다. 나도 지갑 찾다가 그만 삿된 길로 빠져버렸다.

님쫄?

내가 사려고 했던 레이디 디올 카드지갑 (링크)

 

사실 수중에 눈 딱 감고 지를 돈은 있었다. 하지만 69만원짜리 카드지갑을 사려고 마음을 먹으면서 '이제 이거 사면 평생 쓰는 거다'라고 염불외듯 외우는 내 그릇이 디올을 담기에는 너무 작은 것 같았다.  백화점 가려고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마음 먹는데만 평생 써야겠다고 각오하는 내가 너무 가오 없었다.... 

 

내가 카드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과연 '정지신청하고 재발급 받아야할 카드'에만 스트레스를 받을지, '69만원짜리 카드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울부짖을지 생각해보니 나는 명품을 쓸 그릇이 아니라는 확신만 얻었을 뿐이다.. (그래도 이정도로 예쁘면 평생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아직도 마구니를 못 떨친 모양이다.)

 

시크리드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 미니월렛 매트 로즈

사진 출처 - 시크리드 홈페이지 : 미니월렛 매트 로즈

 

 

시크리드는 유투브에서 카드지갑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영상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쪽은 미니월렛보다는 카드프로텍터를 고민 중이었는데, 선호하는 색상이 없어서 지르는 일을 보류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번달 즈음에 시크리드 22/23 콜렉션이 업데이트 되면서 선택지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나는 미처 빈티지 핑크를 보지 못하고 매트 로즈를 구매했다.

 

알루미늄 카드케이스, 머니클립, 카드를 넣을 수 있는 공간 2곳으로 구성되어있다.

가죽은 엄청 부드럽다. 뒤늦게 빈티지 핑크 알고 땅을 치고 후회했는데, 매트 로즈는 짙은 색이라 일상에서 막 굴려도 때를 덜 탈것 같아 추가구매는 하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가죽 감촉과 세련된 알루미늄 케이스에 비해 머니클립은 검은 플라스틱인데, 성의 없어보이는 느낌과는 달리 명함도 잘 잡아준다.

 

가죽지갑 쪽은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새 제품이니 아직 가죽이 짱짱해서 세 장정도가 최대일 것 같고, 2장 정도 넣어두는 건 무리없이 가능했다. 알루미늄 카드케이스가 6장까지 수납가능하니, 자주 쓰는 카드와 가끔 쓰는 카드를 구분해서 보관하도록 하자.

 

4장을 넣었을 때 가장 예쁘게 올라온다.

 

알루미늄 케이스에 최대 4-6장의 카드를 수납할 수 있고, 실제로 6장을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다. 그런데 시크리드의 자랑인 '톡 치면 올라오는' 버튼 기능에 꽂혔다면 4장 정도 넣는게 보기 좋다. 생각보다 엄청 가볍다. 내 손은 꽤 작은 편인데,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고 주머니에서 거슬리지 않고 '적당히 있다'는 느낌이다. 

 

한줄 요약

마음에 드는 색깔 있으면 하나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