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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의 현장/본 것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Beau Is Afraid) (2023)

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지만 영화 내용하고 전혀 상관 없는 포스터이다.
포스터는 영화의 어떤 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글감 검색이 안되어서 포스터로 대체함...

 

 

나는 영화를 그다지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이거나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영화화 되었다면 굳이 찾아가서 보는 타입이다. 아리 애스터는 좋아하는 감독에 속하는 사람이고 전작이었던 유전과 미드소마를 재미있게 보아서 이번에 나온 영화인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보고 왔다.

 

영화 설명은 간단했다. 편집증을 앓는 보와 그런 보를 아주 사랑하는 엄마의 이야기라고... 미드소마가 공동체의 일체성으로 호러를 연출하고, 유전이 어떤 가정의 숨막히는 관계를 통해 무서움을 연출했다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성에서 오는 공포감을 표현한 작품인 줄 알았다..

 

 

영화의 내용과 개인적인 해석은 큰 스포일러라서 접은 글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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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소개글은 거짓말을 치지 않았다. 솔직히 후반부에서 '진실'이 드러나면서 너무나도 현실적인(이미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어머니의 감정이 느껴져 숨이 막힐 정도였다. 확실히, 어머니와 아들의 병든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만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화자이면서 주인공이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보'라는 인물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진짜 문제이다. 보는 '믿을 수 없는 화자'이다. 그것은 초반부 동안 보의 아파트에서, 보가 겪는 현실에서, 보의 이웃들에게서 볼 수 있다. 그가 무슨 병인지,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둘째치고-- 관객은 보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서 '보' 라는 인물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3시간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그가 실제로 겪은 일인지, 아니면 그의 망상일 뿐인지 끝없이 의심하면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에서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보의 시선에서, 보의 머릿속을 투영하고, 그의 욕망을 덧씌운 채로 진행되기 때문인데, 앞에서도 말했듯 보는 '믿을 수 없는 화자'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게 현재 내 의견이다. 미드소마 감독판이 주인공에 대한 해석을 바꾸어놓았듯,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감독판이 나온다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지금으로서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 대해서 현실과 환상을 나눌 수 없다. 

 

보의 목표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의사의 집으로, 의사의 집에서 연극 유랑단을 거쳐간다.

 

보의 아파트에서 우리는 보의 어머니가 단순히 '아들에게 집착하는 어머니' 인게 아니라 사업에 성공한 재력가인 것을, 그리고 그 보는 그 부의 유일한 상속인임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스스로 판단을 잘 내리지 못하고, 어딘가 어눌하기 때문에 뒤로 나타날 사람들이 보의 유산을 노리고 달려든다...고 하기에는.. 보의 시선으로는 많은 정보가 빠져 있어서, 그 사람들의 진짜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의사 가정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보는 트럭에 치이고 눈떠보니 어느 가정집이다. 부부는 보를 아들처럼 대해주며 딸의 방을 쓰게 한다. 당연히 따님은 보한테 방을 빼앗기고 소파 신세라 예민보스. 이 가정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들이 파병가서 목숨을 잃었고, 아들의 동료였던 덩치 큰 친구를 거두어 들여 같이 살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 가족이 어째서, 무슨 목적으로 보를 돌보는지는 알 수 없기에, '이 정신 나간 집안은 도대체 왜 끼어든거야??' 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사춘기인 딸은 갑자기 페인트 원샷하고 꽥하고, 보는 딸을 살해했다고 오해 받아 또 열심히 달린다.

 

보는 그곳에서도 도망쳐서 (영화 속에서 보는 항상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헤메다 어느 숲속으로 오는데, 그 숲에서는 버려진 아이들이 모여서 연극하는 집단에 거두어진다. 그들은 숲을 떠나기전 창작 연극을 올리는데, 아마 그 (참여형) 연극을 보며 보는 자신의 욕망과 좌절을 투영한 것 같다... 사실대로 고하자면 아마추어 연극판에 갑자기 나타난 호아킨 피닉스... 같은 느낌이긴한데. 첫번째 포스터는 이 연극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겨우 살려내긴 했지만 그게... 솔직히 뭔 내용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 영화에서 굳이 환상/현실을 분리하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기도 하다.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주인공 역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병증으로 보이는 환상인지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환상일지도 모르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도망치니까.. 그에게는 모든 것이 현실이니까..

 

하여간 연극에 과몰입을 하고 있던 찰나, 의사의 집에서 보낸 킬러가 총기를 난사하며 등장한다. 역시 열라 달리다가 잠깐 기절, 후 히치 하이킹으로 어머니의 집에 도착하지만.. 모든 장례절차는 끝나있고 왜인지 첫사랑하고 만나게 되어, 어머니의 방에서 찐한 밤을 가지려던 찰나, 여자가 복상사하고........ 어머니가 등장한다 . . . ?

 

그렇다, 이 어머니는 그저 보를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자살 소동을 벌였고, 그 소동을 위해 몇십년을 일한 가정부에게 큰 돈을 주고 살해동의를 얻었고 블라블라~~ 하는데 보는 어머니가 그토록 금기하던 섹스를 해버렸고 초월적으로 난감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 뭐라고 해야할까,, 여자가 복상사하는 장면부터 이제 그나마 남아있던 멘탈도 바사삭 되어버려서 아무렴 ,.. 어때... 그냥.. 끝이나 났으면 좋겠다... < 이렇게 되어버리긴 한다

 

어머니의 집을 둘러보면, 보는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였고, 제약회사를 이끄는 어머니는 아들의 장애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그런데 그토록 집착하고 사랑하는 보를 왜 비행기를 타고올 정도로 먼 도시에 떨어뜨려 놓았을까? 나이가 들고 대머리가 되어서 상품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라고 하기에는 어머니의 집착도 보통이 아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보가 어머니와 동떨어진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일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보는 애초부터 아파트 같은 곳에 살지 않았던 게 아닐까? 보가 다락방에서 본 '아버지'가 사실은 보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그러나 말했듯 영화에 답은 없다..... 현실과 비현실, 망상과 감각을 구분하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뒤섞여있다....

 

모든 것이 망상일수도, 어쩌면 진짜로 일어난 일일수도 있다. 다락방에 갇혀 살던 보가 어머니를 죽이는 망상을 통해 욕망도, 자유에 대한 갈망도 해소하고 싶었을 수 있고, 아파트에서 사는 보가 실제로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는 여정이 모두 진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명확하게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보는 믿을만한 캐릭터가 아니다. 우리가 망상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그에게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그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보'라는 필터를 통해 망상처럼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몇 번이고 말하지만 나는 영상매체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배우들의 바이오그래피도 잘 모르고, 대표작도 얕게만 안다.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2019) 로 처음 알게된 배우인데, 거기서는 비쩍 마르고 완전 예민한 인상으로 나왔다가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는 푸근한 대머리 아저씨로 나와서 좀 놀랐다. 그런데 잘생긴... (ㅋㅋㅋ)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겨우 영화가 폭.망.하는 것은 막은 것 같다. 일단 연기를 잘하니까 어떻게든... 끝까지 보게 되는 것 같다. 바꾸어 말하면 여러 배우들의 연기가 받쳐주지 못했다면 진짜 피눈물 흘렸을 것 같다... 

 

한 줄 요약

진또배기 '미친 인간' 체험하고 싶으면 도전해볼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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