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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의 현장/전자기기

소니 헤드폰 WH-H910N 후기

 

나는 5천원짜리 이어폰과 50만원짜리 헤드폰은 누가 들어도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30만원 헤드폰과 50만원과 헤드폰의 성능 차이는 엄청나게 크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그걸 내가 잡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도 하고. 사실 느낄 수 있다해도 중학생 때 처음 mp3 플레이어를 가지게 된 순간부터 끽해봐야 2만 5천원짜리 이어폰정도만 쓰던 나는 아마 못 느낄거다. 

 

그리고 나는 무선 이어폰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선 제품을 써야한다면 나는 차라리 헤드폰을 쓰지 이어폰을 쓰진 않을거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인지자원이 부족하다. 그리고 무선 이어폰은 언제나 '충전'을 염두에 두고 다녀야하고, 그것이 무슨 기능이 있든지 음악을 듣는데 이어폰의 배터리까지 생각하는건, 의외로 굉장히 큰 스트레스다. 그래서 만약에 무선 제품을 산다면 이어폰이 아니라 헤드폰을 사기로 했다.

 

https://support.apple.com/ko-kr/HT212183

 

Apple Music의 무손실 오디오에 관하여

  

support.apple.com

 

나는 애플 뮤직을 쓴다. 그렇다. 얼마전에 애플은 애플뮤직에서 '무손실 음원'과 'Dolby Atmos'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나는 강렬한 호기심이 일었는데, 하필 그때 돈까지 있었다. 무손실 음원을 서비스해주는데 듣지를 못하면 손해 아닌가!

 

그래서 네이버 쇼핑으로 들어가 헤드셋을 뒤져봤다. 나는 첫 문단에 언급했듯이 정말 싸구려와 작정하고 만든 제품은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지만, 작정하고 만든 제품들끼리는 명확하게 성능을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소니의 WH-H910N, 그 중에서도 녹색과 핑크가 섞인 제품이었다.

 

소니스토어의 이미지이다. https://store.sony.co.kr/handler/ViewProduct-Start?productId=92486813

주황색도 블루도 예뻤지만 나는 이걸 사야겠다 싶었다. 성능은 적응하면 그만이지만 30만원쯤 하는 제품이 예쁘지 않은 것은 용서가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인간의 미적 감각은 비슷한지 이것만 품절이었다... 상심한 마음을 안고 소니 공식 홈페이지로 가서 뒤져보니 때마침 할인 이벤트(여름방학, 놀면 뭐하니?)를 하고 있어 23만원에 구매해서 오늘 받아보았다.

 

이제 문제가 생겼다. 내 핸드폰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갤럭시노트9, 태블릿PC는 아이패드 프로 4세대이다. 그리고 WH-H910N은 AAC와 LDAC를 지원한다.  

 

소니스토어 공식 홈페이지의 WH-H910N 사용설명서

자, 잠깐 앞으로 돌아가보자.

애플은 애플뮤직에서 서비스하는 무손실 음원의 확장자를, ALAC라고 말했다.

 

애플뮤직의 무손실오디오는 ALAC이란다.

 

얼마 전에 안드로이드 애플뮤직에서 베타 서비스를 실시했고, 무손실음원을 안드로이드에서도 들을 수 있게 한다고 듣긴했는데, 어떤 확장자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돈 쓰는 걸 좋아하는거지 이런 복잡한 확장자까지 아는 유식한 사람은 아니다. 나도 ALAC과 LDAC가 다른 걸 어제 알았다..!

 

말하자면 대차게 망한 소비가 되었다. 무손실 음원 함 들어보려고 돈을 썼는데 핸드폰에서도(이유 : 아직 서비스를 안함) 아이패드를 통해서도(지원 코덱이 아님) 나는 애플뮤직에서는 무손실 음원을 들을 수가 없었으니까... 솔직히 너무 허탈해서 나는 이미 무손실 음원을 들었는데 귀에서 구분을 못하고 있는거였으면 좋겠다...

 

 

 

나는 귀가 둔하다. 계속 강조하지만 이어폰/헤드폰 리뷰어들만큼 귀가 예리하지도 않다.. 예민해지고 싶지도 않다.. 예민한거 하나도 안 멋지고...괴롭기만 하기 때문이다... 클래식을 틀어서 이어폰을 길들여야하고... 저음이 어떻고 치찰음이 어떻고 고음이 어쩌고 공간감이 어쩌고... 나에게는 딱히 정확한 정보도 아니고 오히려 최면을 거는 것 같다. 치찰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귀를 막아서 세상과 격리되고 싶은 사람이라.. 일단 3-4분동안 감각을 곤두세우고 음악을 듣는건 너무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음악은 걍.. 무난하게 들을만하다. 밴드 부분도 부드럽고 쿠션도 푹신해서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나는 음악의 품질보다 소니의 노이즈캔슬링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나를 세계과 분리시킬 정도로 아주 강력한 기능은 아니고, 이어폰을 덮으면 조용해지고 차분해지는 정도다. 주변 모든 소음을 먹지는 않지만 정신차려보면 어느새 룸메님이 들어와 나를 부르는 정도의 노이즈캔슬링.

 

한줄 요약 : 색이 예쁘고 세상이 조용해져요